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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차 TA가 직접 설계한
채용 파이프라인

모든 ATS에 파이프라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리크루터가 설계한 파이프라인은 거의 없습니다.

12년간 코리아써치, 잡플래닛, HYBE, 글로벌 펌을 거치면서 수십 개의 ATS를 써봤습니다. Greenhouse, Lever, 국내 솔루션들까지. 모든 도구에 "파이프라인"이라는 기능이 있었지만, 매번 같은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이걸 만든 사람은 채용을 해본 적이 없구나.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12년간 머릿속에만 있던 "이상적인 파이프라인"을 코드로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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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파이프라인의 문제

기존 ATS 파이프라인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자 관점"으로 설계되었다는 겁니다. HR 담당자가 채용 현황을 보고하기 위한 도구이지, 리크루터가 후보자를 관리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냐면:

기존 ATS 파이프라인의 반복되는 답답함
• 스테이지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적음 (커스터마이징은 가능하지만 기본값이 이상함)
• "탈락" 사유를 구분하지 않음 (후보자가 거절한 건지, 기업이 불합격시킨 건지)
• 카드를 옮기는 데만 집중하고, 카드 안의 맥락이 부족함
• 분석이 "몇 명이 어디에 있는가" 수준에서 멈춤
• 헤드헌터와 인하우스 리크루터의 워크플로우 차이를 무시

이런 도구를 쓰면서 매번 별도의 엑셀을 유지했습니다. ATS에는 형식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실제 판단과 기록은 엑셀에서. 이 이중 작업이 리크루터의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습니다.

ATS를 쓰면서 엑셀을 병행한다면, 그 ATS는 실패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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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과 "불합격"은 다릅니다

이건 제가 가장 답답했던 부분이고, Convince-X 파이프라인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해결한 문제입니다.

기존 ATS에서 후보자가 프로세스에서 빠지면 보통 "Rejected"로 처리됩니다. 그런데 이 "Rejected"에는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상황이 섞여 있습니다.

거절 (Declined)
• 후보자가 오퍼를 거절
• 후보자가 프로세스 중 이탈
• 후보자가 다른 곳을 선택
주체: 후보자
의미: 우리 포지션/조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 개선 포인트 존재.
불합격 (Rejected)
• 면접 후 기업이 불합격 결정
• 역량 미달 판단
• 컬쳐핏 미스매치
주체: 기업
의미: 소싱/스크리닝 기준 재점검 필요. 매칭 정확도 문제.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으면, 채용 프로세스의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없습니다. 거절이 많으면 오퍼 경쟁력이나 포지션 매력도를 점검해야 하고, 불합격이 많으면 소싱 단계의 기준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원인이 다르면 해결책도 달라야 합니다.

Convince-X의 파이프라인에서는 후보자를 프로세스에서 제외할 때 반드시 "거절"과 "불합격"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사유도 함께 기록합니다. 이 데이터가 쌓이면 분석 탭에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하나 더. 재활성화(Reactivation) 기능을 넣었습니다. 한 번 거절했던 후보자가 3개월 뒤에 다시 관심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불합격이었던 후보자도 다른 포지션에는 맞을 수 있습니다. 기존 ATS에서는 "Rejected" 풀에 들어가면 사실상 사라지는데, Convince-X에서는 재활성화할 때 이메일 알림까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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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설계 철학

기본 스테이지를 정하는 데 생각보다 오래 고민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UI가 아니라, 채용 프로세스에 대한 관점이니까요.

최종 결정한 기본 스테이지는 이렇습니다.

Convince-X 기본 스테이지
Applied
지원/추천 접수
1st Interview
1차 면접
2nd Interview
2차 면접
Negotiation
조건 협상
Offered
오퍼 제시
Hired
채용 확정

왜 이 6단계인가? 한국 채용 시장의 실제 프로세스를 반영했습니다. 글로벌 ATS들은 "Phone Screen", "Onsite" 같은 미국식 프로세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는데, 한국에서는 1차/2차 면접 구분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Negotiation을 별도 스테이지로 뺀 이유도 있습니다. 한국 채용 시장에서 연봉 협상 단계는 생각보다 길고 중요합니다. 특히 시니어 테크 직군은 이 단계에서 2~3주가 걸리기도 합니다. 이걸 "Offered" 안에 넣어버리면 파이프라인에서 병목이 어디인지 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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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반 보드의 UX

칸반 보드는 Trello가 이미 잘 만들어놨으니까 따라 만들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채용 칸반은 일반 프로젝트 칸반과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첫째, 카드 안에 들어가야 하는 정보가 다릅니다. 프로젝트 칸반의 카드는 제목과 라벨이면 충분합니다. 하지만 채용 칸반의 카드에는 후보자 이름, 현재 회사/직급, 지원 포지션, 최종 업데이트 일시, 시퀀스(이메일 아웃리치) 상태가 한눈에 보여야 합니다.

둘째, 사이드 패널이 필수입니다. 카드를 클릭하면 전체 후보자 정보가 슬라이드아웃으로 나와야 합니다. 모달이 아니라 사이드 패널입니다. 왜냐하면 사이드 패널을 열어둔 채로 다른 카드와 비교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리크루터는 항상 후보자를 비교합니다.

셋째, 드래그 앤 드롭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이건 당연한 것 같지만, 후보자를 "Negotiation"에서 "Applied"로 되돌리는 (역방향 이동) 경우도 지원해야 합니다. 실제로 협상이 틀어져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칸반 카드에 표시되는 정보
• 후보자 이름 + 현재 직함
• 현재 회사 (or 고객사)
• 지원 포지션
• 마지막 업데이트 시간
• 시퀀스 상태 뱃지 (발송 중/완료/미발송)
• 메모 프리뷰 (최근 노트 1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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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탭: 숫자가 말해주는 것

파이프라인의 세 번째 탭은 분석(Analytics)입니다. 칸반 보드 옆에 분석 탭을 붙인 이유는 간단합니다. 데이터를 보고 판단해야 하니까.

기존 ATS의 분석 기능은 보통 "스테이지별 인원 수"를 보여주는 수준입니다. 그건 현황 파악이지 분석이 아닙니다.

Convince-X의 분석 탭에서 보여주는 것:

스테이지 전환율
Applied → 1st Interview: 42%
1st → 2nd Interview: 67%
2nd → Negotiation: 55%
Negotiation → Offered: 78%
Offered → Hired: 85%
핵심 인사이트
• 병목 구간 자동 감지
• 거절/불합격 사유 패턴
• 평균 체류 기간 (스테이지별)
• 소스별 전환율 비교

예를 들어, Applied에서 1st Interview로 가는 전환율이 20%라면 소싱 기준이 너무 넓다는 의미입니다. Negotiation에서 Offered로 가는 전환율이 낮다면 연봉 경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인사이트가 숫자에서 바로 나와야 리크루터가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파이프라인은 후보자를 관리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채용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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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우스와 헤드헌터 사이

채용 파이프라인을 설계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사용자 유형의 차이입니다.

인하우스 리크루터와 헤드헌터(서치펌)는 같은 채용을 하지만 워크플로우가 다릅니다.

관점 인하우스 리크루터 헤드헌터
고객 내부 Hiring Manager 외부 고객사 (여러 곳)
포지션 수 자사 포지션만 여러 고객사의 여러 포지션
핵심 니즈 채용 현황 보고 후보자 관리 + 고객사별 분리
"Client" 필드 불필요 필수

Phase A에서는 의도적으로 중립적 설계를 택했습니다. Position Name과 Client를 텍스트 필드로 두어, 인하우스 리크루터는 Client를 비워두고 쓸 수 있고, 헤드헌터는 고객사명을 넣어 관리할 수 있습니다. 강제하지 않되, 필요하면 쓸 수 있는 구조.

회원 유형을 명시적으로 구분하고 UI를 다르게 보여주는 건 Phase B에서 할 일입니다. 지금은 데이터를 모으는 단계이고, 어떤 유형의 사용자가 어떻게 쓰는지 패턴이 보인 뒤에 분기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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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Phase A입니다

솔직하게 말합니다. 이 파이프라인은 아직 Phase A, 즉 첫 번째 단계입니다.

핵심 기능 — 칸반 보드, 드래그 앤 드롭, 사이드 패널, 거절/불합격 구분, 분석 탭, 재활성화 — 은 모두 동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있습니다.

Phase A (완료)
• 칸반 보드 + 6개 기본 스테이지
• 거절/불합격 구분 + 사유 기록
• 재활성화 + 이메일 알림
• 사이드 패널 (전체 후보자 정보)
• 분석 탭 (스테이지 전환율)

Phase B (예정)
• Position 엔티티 CRUD + 자동완성
• 회원 유형별 UI 분기 (서치펌/인하우스/프리랜서)
• AI 인사이트 ("이 포지션은 LinkedIn이 효과적" 등)
• 소싱 ↔ 시퀀스 완전 연결

특히 기대하는 건 AI 인사이트입니다. 파이프라인 데이터가 쌓이면, "이 직군은 2차 면접에서 많이 이탈합니다"나 "이 고객사는 Negotiation 단계가 평균 3주입니다" 같은 패턴을 AI가 자동으로 찾아줄 수 있습니다. 이게 진짜 리크루터에게 가치 있는 인사이트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파이프라인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Convince-X의 AI 인재 검색으로 후보자를 찾고, 이메일 시퀀스 엔진으로 아웃리치하고, 반응이 오면 파이프라인에서 관리하는. 검색 → 아웃리치 → 파이프라인이라는 전체 흐름의 마지막 퍼즐입니다.

Phase A를 만들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이겁니다. 도구는 만드는 사람의 관점을 반영합니다. 엔지니어가 만들면 데이터 모델이 깔끔합니다. 하지만 리크루터가 만들면 현장의 판단이 구조에 녹아 있습니다. 거절과 불합격을 구분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