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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차 헤드헌터가
AI 프로덕트를 만든 이유

"이 분, 분명 잘 맞는데..."

그런데 그걸 Hiring Manager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놓쳤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입니다. 게임 업계에서 시니어 서버 개발자를 찾고 있었는데, 이력서상으로는 경력이 살짝 짧았습니다. 요구 조건이 "7년 이상"이었고, 후보자는 5년차. 그런데 이 분이 참여한 프로젝트를 뜯어보면, 동시접속 10만 명 규모의 라이브 서비스를 2년간 혼자 맡았고, 장애 대응부터 인프라 마이그레이션까지 했습니다. 경력 7년인 사람 중에서도 이 정도 경험을 가진 분은 드뭅니다.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고객사에 "왜 이 사람이 맞는지"를 제한된 시간 안에 설득력 있게 전달하지 못했습니다. 이력서 요약을 보내고, 전화로 설명하고, 추가 자료를 정리하는 사이에 다른 헤드헌팅 펌에서 올린 후보자가 먼저 면접에 들어갔고, 그 분은 결국 다른 회사로 갔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채용 섹터에서 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을 뽑는다면 바로 이런 순간들입니다. 한 번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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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크루터가 실제로 하는 일

채용 업계 밖에서 보면 리크루터의 일은 단순해 보입니다. JD 받고, 후보자 찾고, 연결해주는 거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연결"이라는 한 단어 안에 숨어 있는 판단의 양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코리아써치에서 5년, 잡플래닛에서 2년, 글로벌 펌, 엔터, 핀테크까지. 여러 곳을 거치면서 매일 했던 일의 핵심은 세 가지 간극을 메우는 것이었습니다.

첫째, JD에 명시된 것과 실제로 원하는 것의 차이.

JD에 쓰인 것
• Python 5년 이상
• ML 경험 우대
• 문화 핏 중시
실제로 원하는 것
• ML 파이프라인 혼자 설계·운영
• 팀과 잘 맞는 사람
(구체적 기대치는 숨겨져 있음)

실제로 Hiring Manager와 대화해보면 JD 문면과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떤 경우는 JD에 아예 적혀 있지 않은 요구사항이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도 합니다. "문화 핏"이라는 애매한 말 뒤에 숨어 있는 구체적인 기대치를 꺼내는 게 리크루터의 일입니다.

둘째, 이력서에 쓰인 것과 실제 역량의 간극. 이력서는 자기소개서가 아닙니다. 특히 한국의 개발자분들은 자신이 한 일을 과소평가해서 적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서버 개발 담당"이라고 한 줄 쓴 분이 실제로는 아키텍처 설계부터 배포 자동화까지 다 한 경우. 이걸 인터뷰 전에 파악하고, 고객사에게 "이 분은 이력서보다 훨씬 강합니다"를 근거와 함께 전달하는 것. 이게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셋째, 후보자가 어필하지 못한 강점. 이게 제일 어렵습니다. 근데 이게 됐을 때 제일 뿌듯하고요. 후보자 본인도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직급이 올라가면서 "관리"만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 중에, 실제로는 조직 셋업부터 채용 전략까지 0에서 1을 만들어본 경험을 가진 분이 많습니다.

이 세 가지를 매번 머릿속으로 분석하고, 수작업으로 정리하고, 고객사 또는 Hiring Manager에게 설명하는 과정에 쏟는 시간이 리크루터 업무의 절반 이상입니다.

리크루터의 하루 — 실제 시간 분배
후보자 분석 · 코멘트 작성 · 브리핑 자료45%
소싱 · 서칭 · 네트워킹25%
고객사 · HM 미팅 · 후보자 인터뷰20%
행정 · CRM · 기타10%

업무 시간의 거의 절반이 "찾는 것"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에 쓰입니다.
이 비율은 경력이 쌓여도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좋은 후보자를 놓치는 건 우리의 실력 문제가 아닙니다. 시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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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플래닛에서 배운 것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잡플래닛에서 Consulting Director로 일하면서 KPI를 2년 연속 1위를 했습니다. 자랑이 아니라, 그 경험이 지금 제가 만들고 있는 것의 출발점이 됐기 때문에 이야기합니다.

KPI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합니다. 분석을 남들보다 빨리, 정확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후보자 프로필을 받으면 JD와 대조해서 강점/약점/리스크를 30분 안에 정리하는 나름의 프레임워크가 있었습니다. 종이에 적고, 엑셀에 옮기고, 이메일에 붙여넣는 방식이었지만, 그 판단 구조 자체는 꽤 체계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 프레임워크가 제 머릿속에만 있었다는 겁니다. 팀원에게 가르치려고 해도 "감"이라는 영역이 너무 컸습니다. "이 후보자가 왜 좋은지"를 설명하려면 매번 저의 경험적 판단을 풀어서 이야기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정보가 손실됐습니다.

그때 처음 생각했습니다. 이 판단 구조를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으면 어떨까?

물론 그때는 그냥 스치는 생각이었습니다. CS 전공에 개발로 커리어를 시작하긴 했지만, 주니어 시절 짧게 실무를 한 게 전부였고, 채용 쪽으로 전향한 지 10년이 넘었으니까요. 혼자서 프로덕트를 만든다는 건 상상도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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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전부인 시장

엔터테인먼트, 게임, 핀테크. 여러 업계를 거치면서 하나의 패턴을 확인했습니다. 시니어 테크 인재 시장은 속도전입니다.

좋은 분이 시장에 나오면 일주일 안에 결정이 납니다. 헤드헌터 입장에서는 하루에 후보자 프로필을 수십 명씩 검토하면서, JD 대비 분석을 수작업으로 하고, 추천 코멘트를 하나하나 쓰고, Hiring Manager에게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아무리 빨라도 후보자당 최소 30분에서 1시간이 걸립니다.

30분 사이에 다른 에이전시가 같은 후보자를 먼저 추천합니다. 내가 더 정확한 분석을 가지고 있어도, 늦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특히 대규모 채용이 몰리는 시기에는 이 압박이 극단적으로 올라갑니다. 한 포지션에 3~5명을 동시에 검토하면서, 각각에 대해 "왜 이 분인지"를 설득력 있게 정리해야 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합니다.

연간 15명에서 27명의 테크 직군을 다이렉트 소싱하면서, 매번 느끼는 건 같았습니다. "분석하는 시간"과 "설명하는 시간"이 너무 길다. 그리고 이 시간은 경험이 쌓여도 크게 줄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매번 새로운 JD, 새로운 후보자, 새로운 맥락이니까요.

시니어 테크 인재 — 채용 속도전
Day 0
좋은 후보자가 시장에 나옴
이직 의향 오픈 또는 레퍼럴로 발굴
Day 1~2
3~5개 에이전시가 동시 접촉
프로필 분석 + 추천 코멘트 작성에 30분~1시간
Day 3~5
먼저 추천한 에이전시가 면접 잡음
더 정확한 분석을 가지고 있어도, 늦으면 의미 없음
Day 7
결정 완료
시니어 테크 인재 시장은 일주일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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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지금은 시장이 얼어붙었잖아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위에서 "속도전"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2025~2026년 채용 시장은 그 속도전 자체가 줄어든 상황입니다. 한경협 조사 기준으로 신규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이 60.8%로 2022년 이후 최저이고,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37.8%입니다. 글로벌도 다르지 않아서, 2025년에만 5,000개 넘는 기업이 대량 해고를 발표했습니다.

개발자 시장은 더 뚜렷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SW 개발 채용에서 신입 비중이 2022년 53%에서 2024년 37%로 급감했고, 3년 미만 신입은 전년 대비 9,000명이 줄었습니다. 반면 3년 이상 경력자는 같은 기간 42,000명이 늘었습니다. AI를 잘 쓰는 경력직에 수요가 몰리면서 시장 자체가 재편되고 있습니다.

뜨거운 시장 (2021~2022)
• 포지션 많음
•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 채용 예산 넉넉
• 빨리 추천하는 게 유리
부정확해도 기회가 있음
차가운 시장 (2025~2026)
• 포지션 축소 (37.8% 감축)
• 한 번 놓치면 다음이 없음
• 예산 부족 21.6% 호소
• 정확하게 설명하는 게 결정적
한 건의 실패 비용이 큼

"그러면 이 도구가 지금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업들의 채용 기준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성장을 위한 충원"이 아니라 "이 포지션을 AI나 자동화로 대체할 수 없는가?"를 먼저 묻는 시장입니다. Resume.org 조사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의 45%가 "AI가 신규 채용 필요성을 줄였다"고 답했고, 글로벌 경영진의 30%가 AI 때문에 채용률을 낮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살아남은 포지션은 무겁습니다. 채용 프로세스 기간이 평균 44일에서 63~68일로 늘어났고, 기업의 60%가 "작년보다 채용이 더 오래 걸린다"고 답했습니다. 면접 라운드가 늘고, 검증 단계가 추가되고, 의사결정에 더 많은 이해관계자가 개입합니다. 한 자리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이 기술직 기준 건당 $6,200이고, 그 채용이 실패하면 미 노동부 기준 연봉의 30~150%가 매몰됩니다.

저한테 들어오는 의뢰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사람 있으면 추천해주세요"였는데, 지금은 "이 사람이 왜 지금 필요한지 경영진을 설득할 근거까지 같이 달라"입니다. 채용 리포트가 프로필 요약이 아니라 사실상 채용 정당화 자료가 된 겁니다.

헤드헌터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받을 수 있는 의뢰 자체가 줄었는데 경쟁 에이전시 수는 그대로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빨리 추천하는 것"보다 "왜 이 분이 맞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결정적입니다. 5명을 넣고 1명 붙는 게 아니라, 2명을 넣고 1명을 붙이는 정확도. 그 정확도는 분석의 깊이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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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도구들이 풀지 못하는 것

AI 채용 도구는 이미 많습니다. LinkedIn Recruiter, HireEZ, Gem, SeekOut. 해외만 해도 수십 개, 국내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 도구들 대부분은 "후보자 찾기"에 집중합니다. 불리언 검색을 좀 더 똑똑하게 만든 것들이죠. 하지만 현장에서 진짜 시간이 걸리는 건 찾는 것보다 "이 후보자가 왜 맞는지 설명하는 것"입니다.

제가 여러 도구를 써보면서 계속 부딪혔던 벽이 있습니다.

키워드 매칭의 함정. "Java 7년"을 검색하면 Java를 7년 한 사람이 나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원하는 건 "대규모 트래픽 환경에서 JVM 튜닝 경험"인 경우가 많습니다. 키워드와 역량은 다릅니다.

스코어링의 한계. 80점이 90점보다 반드시 나쁜 건 아닙니다. A 후보자는 모든 항목에서 고르게 80점이고, B 후보자는 핵심 2개에서 100점이고 나머지가 60점이라면, 실제 현장에서는 B가 더 매력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판단은 숫자만으로 안 됩니다.

맥락의 부재. 스타트업 5년차와 대기업 5년차는 전혀 다른 경험입니다. 5명짜리 팀에서 풀스택을 했던 사람과 500명짜리 조직에서 특정 모듈을 담당했던 사람은, 같은 "5년차 개발자"라는 타이틀 아래 완전히 다른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맥락을 읽는 건 리크루터의 경험에서 나옵니다.

결국 도구를 만든 사람이 리크루터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정교하지만, 현장에서 리크루터가 실제로 내리는 판단을 반영하지 못하는 도구. 저는 개인적으로 직접 사용할 사용자가 직접 만들어야 기능의 강한 사용성을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관점 기존 도구들 리크루터가 만들면
핵심 질문 "이 후보자의 스펙이 맞나?" "이 후보자가 맞는지 설명할 수 있나?"
매칭 방식 키워드 대조 → 숫자 스코어 맥락 분석 → 강점/리스크/숨은 역량
결과물 매칭률 85% "이 분은 경력은 짧지만 밀도가 높습니다. 이유는..."
만든 사람 엔지니어 12년차 리크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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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AI 코딩을 배워서 프로덕트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제가 쌓은 TA 방법론을 시스템으로 옮겨보자"가 출발점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두려웠습니다. 테크 리크루팅을 하면서 기술 스택이나 아키텍처 트렌드는 계속 따라가고 있었지만, 아는 것과 직접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후보자에게 "이 프레임워크 경험 있으세요?"라고 물어보던 사람이 직접 그걸 써서 프로덕트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 괴리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2025년의 AI는 제가 개발하던 시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습니다. AI에게 제가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코드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진짜 되나?" 싶었는데, 하루 만에 JD와 이력서를 넣으면 분석 결과가 나오는 프로토타입을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때 뭔가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중요한 건 제가 코드를 짠 게 아니라, 방법론을 설계한 것이었습니다. "JD에서 뭘 추출해야 하는지", "후보자 프로필에서 뭘 봐야 하는지", "매칭 분석을 어떤 구조로 해야 리크루터에게 유용한지". 이 부분은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영역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수천 건의 매칭을 해본 사람의 감각이 필요했으니까요.

AI는 코드를 짰고, 저는 분석 프레임워크를 설계했습니다. 이 조합이 생각보다 잘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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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길이겠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 Candidate Analyzer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JD와 이력서를 넣으면 3단계 AI 분석을 거쳐 매칭 리포트를 생성하는 기본 기능만 있습니다.

하지만 이 "3단계"라는 구조 자체가 12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1
후보자 추출
이력서에서 팩트만 정확히 추출
극도로 보수적 설정
2
JD 구조화
JD 요구사항을 구조화
극도로 보수적 설정
3
매칭 분석
추출 데이터로 팩트 기반 매칭
분석 최적화 설정

왜 한 번에 안 하고 3단계로 나눴냐면, 한 번에 시키면 AI가 거짓말을 합니다.

"할루시네이션"이라고 부르는 현상인데, 이걸 구조적으로 막는 방법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습니다.

쉽지 않은 길입니다. 하지만 12년간 머릿속에만 있던 것들이 처음으로 시스템 위에 올라가고 있고, 그게 실제로 작동하는 걸 보면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건 해볼 만한 일이라는 확신.

이 여정을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잘 되는 것보다 안 되는 것이 더 많을 텐데, 그 과정 자체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