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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0원으로
SaaS를 만드는 법

"이거 만드는 데 얼마나 들었어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대답하면 다들 놀랍니다. 커피 몇 잔 값. 정말 그 정도입니다.

글로벌 SaaS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운영한다니, 무슨 사기 같은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입니다. 물론 "진짜 비용"은 돈만이 아닙니다. 시간, 정신력, 기회비용. 이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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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비용의 SaaS

Convince-X는 두 개의 서비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메인 사이트와 Candidate Analyzer 앱. 메인 사이트는 정적 사이트라 무료, CA 앱만 최소한의 클라우드 호스팅 비용을 쓰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핵심 전략을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무료~최소 비용 인프라 운영 전략

클라우드 호스팅: 메인 사이트는 정적 호스팅(무료), 앱은 최저가 유료 플랜으로 안정성 확보
클라우드 DB: 무료 티어로 시작. 텍스트 위주 데이터는 무료 한도 내에서 충분
AI 분석 엔진: 무료 API 한도 활용. 현재 사용량으로 충분히 운영 가능
인증: OAuth 무료 제공 활용
SSL / CI/CD: 호스팅에 기본 포함

→ 핵심: 각 서비스의 무료/최저가 티어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범위 안에서 설계

도메인은 연간 비용이라 별도입니다. 이것까지 합쳐도 월 비용은 커피 서너 잔 수준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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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티어의 지도

2026년 현재, 무료 티어만으로 상당히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각 서비스의 무료 한도를 정확히 알고, 그 안에서 설계하는 것입니다.

무료 티어 핵심 한도

정적 호스팅: 정적 사이트 무제한. SSL 포함.
클라우드 DB: 무료 티어 스토리지. 텍스트 데이터에 충분.
AI API: 무료 한도 내에서 운영 가능. API 호출 제한 있음.
OAuth 인증: 무료. 프로덕션 모드 전환만 하면 됨.
소스 관리: 프라이빗 레포 무료. CI/CD 무료 분 제공.

클라우드 DB의 무료 티어는 생각보다 넉넉합니다. 텍스트 위주의 데이터(JD, 분석 결과, 사용자 정보)만 다루면 수천 건의 분석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나 파일을 DB에 넣지 않는 것만 조심하면 됩니다.

클라우드 호스팅도 사실 무료 티어에서 시작했습니다. 무료 티어의 문제는 무료 티어의 기술적 제약 — 비활동 시 인스턴스가 내려가는 것입니다. 첫 접속 시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있어서, 유저 경험을 위해 최소한의 유료 플랜으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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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엔진이 무료인 이유

CA의 핵심인 AI 분석 엔진은 무료로 운영됩니다.

어떻게? AI API 제공사의 무료 티어를 활용합니다. 물론 무제한은 아닙니다. API 호출 제한이 있습니다.

CA의 3단계 파이프라인(추출 → 구조화 → 분석)은 건당 API 호출이 3회입니다. 현재 사용량으로는 무료 한도 안에서 충분히 운영됩니다. 사용자가 수백 명 단위로 늘어나면 그때 유료 전환을 고려하면 됩니다.

아직 수익이 없는 단계에서 AI 비용이 0원이라는 건, 1인 창업자에게 생존의 문제입니다.

이건 AI 제공사의 전략이기도 합니다. 개발자들이 자사 생태계에 익숙해지도록 무료 티어를 넉넉하게 주는 것. 하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 전략적 타이밍을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유료 API만 선택했다면 월 수십만 원의 비용이 발생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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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없이 디자인하기

비용을 아끼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은 사실 인건비입니다. 디자이너를 고용하지 않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고용하지 않고, 마케터를 고용하지 않습니다. 모든 걸 혼자, AI와 함께 합니다.

Tailwind CSS로 전면 리디자인을 했습니다. 디자이너가 없다고 디자인이 없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좋은 디자인"과 "괜찮은 디자인" 사이의 간극은 큽니다.

디자이너 없이 디자인하는 방법
Tailwind CSS
유틸리티 클래스만으로 일관된 디자인. 디자인 시스템이 내장되어 있어서 색상/간격/타이포 고민이 줄어듬.
AI 디자인 리뷰
CDO(AI 디자인 담당)가 매번 UX 게이트 체크. 유저 플로우, 빈 상태, 어포던스 등 6항목 검증.
레퍼런스 학습
Gem, HireEZ, SeekOut 등 경쟁 제품의 UI를 분석하고, 잘 된 패턴을 참고.
Inter 폰트 + 절제된 색상
화려하게 만들 능력이 없으면, 깔끔하게. 폰트 1개, 메인 컬러 2개면 충분.

결과물이 Apple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사이트 누가 만들었어?"라고 물어볼 때 "디자이너 없이 혼자요"라고 하면 놀라는 수준은 됩니다. 그게 현재 단계에서 필요한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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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비용들

여기서 솔직해져야 합니다. 인프라 비용이 최소라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총 비용"은 아닙니다.

시간. 이게 가장 큰 숨겨진 비용입니다. AI가 코드를 짜주지만, 방향을 설정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버그를 잡고, 배포하고, 운영하는 건 사람이 해야 합니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을 이 프로젝트에 쓰고 있습니다.

10h+
일일 투입 시간
$0
현재 수익
무한
기회비용

정신력. 1인 창업은 외롭습니다. 모든 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고, 모든 실수에 대한 책임도 혼자입니다. AI C-Suite가 의견을 주지만, 궁극적으로 결정과 책임은 CEO인 제 몫입니다.

기회비용. 12년차 헤드헌터가 하루 10시간을 프로덕트 개발에 쓴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채용 수수료를 벌 수 있는 실무에 쓰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건 매달 수백만 원의 기회비용입니다.

"예산 0원"은 현금 지출이 0원에 가깝다는 뜻이지, 비용이 0원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구분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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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쓰기 시작하는 시점

그러면 언제 돈을 쓰기 시작해야 할까요? 제 기준은 명확합니다. PMF(Product-Market Fit) 시그널이 보일 때.

구체적으로는 이런 조건들입니다.

돈을 쓰기 시작하는 시그널

1.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때 (리텐션)
2. "이거 유료여도 쓰겠다"는 피드백이 나올 때
3. 무료 티어의 한도에 실제로 부딪힐 때
4. 속도/안정성이 사용자 이탈의 원인이 될 때

→ 그 전에는 무료로 버틴다.

많은 초기 창업자들이 너무 일찍 돈을 씁니다. "좋은 서버", "예쁜 디자인", "전문 마케팅". 아직 사용자가 10명도 안 되는데 월 50만 원짜리 인프라를 쓰는 건, 아무도 안 오는 레스토랑에 고급 인테리어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돈을 쓸 예정인 첫 번째 항목은 외부 인재 데이터 소스입니다. AI 인재 검색 기능의 핵심인데, 이건 사용자가 있어야만 의미 있는 비용입니다. 수요를 확인한 후에 결제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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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모델의 고민

0원으로 만들었지만, 영원히 0원으로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수익 모델이 필요합니다.

가격 전략을 세우는 건 기능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너무 싸면 수익이 안 나고, 너무 비싸면 초기 사용자가 안 옵니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B2B SaaS의 가격 저항이 생각보다 큽니다.

가격 전략의 딜레마

• 무료 사용자는 많지만, 유료 전환은 다른 차원의 문제
• "이거 유료여도 쓰겠다"는 피드백이 진짜 PMF 시그널
• 글로벌 시장은 가격 감도가 시장마다 완전히 다름
• 기능별 차등 vs 사용량 기반 vs 일괄 가격 — 정답이 없음

→ 현재는 베타 기간 무료 운영 → PMF 확인 후 유료화 전환 전략

현재 전략은 "충분한 사용자가 모이고, 제품 가치가 검증된 후에 유료화"입니다. 글로벌 런칭 준비 중이고, 그 시점이 유료화의 분기점이 될 것입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작해서, 이 서비스가 의미 있는 매출을 만드는 날이 올까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거의 0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2026년의 창업 환경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라는 겁니다. 이전 세대의 창업자들은 서버비만 월 수백만 원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이디어와 실행력만 있으면 됩니다.

물론 "시간"이라는 가장 비싼 비용을 내고 있지만요.